#B군(18)은 학교 친구 권유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불법도박(사다리게임)을 접했다. B는 돈을 내 마음껏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도박충동이 올라왔다. 그렇게 도박해서 딴 돈으로 친구들과 분식집이나 레스토랑에서 한번에 5만~6만원을 쓰거나, 15만~30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 도박문제가 심해지면서 친구들에게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빌렸고, 총액이 140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C군(18)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처음에는 용돈으로 도박을 하다 점점 베팅 금액과 횟수가 늘어나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가는 일이 많아졌다. 나중에는 채무가 700만원으로 늘었다. C군이 등교를 거부하자 부모님이 대신해 채무를 해결했다.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C는 가출해 모텔 등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도박을 하는 등 가족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이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실제 상담한 사례들이다. 청소년 불법도박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배달,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로 연계되고, 심지어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해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도박 빚을 갚으려고 김포의 한 금은방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귀금속 3000여만원어치를 훔친 10대 2명과 20대 1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예치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398만6403명 중 19만562명(4.78%)이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속했다. 청소년 100명 중 5명이 도박문제에 노출된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도박문제가 심각해지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도박을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와 단속을 주문했다. 이같은 대통령 지시에 지난 11월 법무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대응팀도 출범했다.
이번에 검찰이 불법도박 계좌 지급정지를 검토하는 것도 이같은 엄정 대응 기조의 연속선이다. 지금까지 도박사이트 폐쇄가 사실상 유일한 제재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자금줄을 차단해 범행을 저지르는 근본 원인인 범죄수익을 박탈해버리겠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특정 계좌가 불법도박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포통장을 만드는 게 사이트를 새로 여는 것보다 어렵다보니 불법도박 계좌로 확인되는 족족 동결한다면 범죄억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월드컵, 올림픽이 가까워지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거의 축제 같이 도박을 한다"며 "학교 내에서 사채를 하기도 하는데 30만원을 빌리면 일주일 안에 50만원으로 갚아야 한다. 이자를 못 갚으면 하루에 5만원씩 빼주겠다는 조건으로 광고를 시키기 때문에 학교가 금방 도박세계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이트 폐쇄, IP 차단은 (불법도박 억제에) 아무 효과가 없다. 사이트가 막히면 IP 1개를 100원에 구해 바로 바꿀 수 있다"며 "불법도박 사범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통장을 막는 것이다. 은행에서 신규통장 발급에 제한을 두다 보니 대포통장 1개를 빌리는 데 한 달에 600만원이나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명 '앞방계좌(불법 도박사이트 회원이 입금하는 계좌)'에 보통 1억에서 1억5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 계좌를 동결하면 연결된 계좌 등을 포함해 3억~5억원이 잠기게 된다"며 "대포통장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고 기존에 가진 대포통장을 소모하며 범죄에 활용하고 있어, 계좌를 동결하면 피가 마르게 된다"고 밝혔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