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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친구 따라 손댄 도박 짜릿한 쾌감에 중독 이젠 벗어나고 싶지만…?

작성일 : 2023-11-20 00:00:00 조회 : 284
  • 일시 2023.11.20
  • 대상 경남도민
  • 내용

    #"길에서 돈을 주은 것 같은 기분이지요."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박민철 군(15·가명)은 온라인 도박 바카라로 돈을 쓸어 담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박군은 "스마트폰으로 버튼 한 번 누르면 몇 백만 원이 들어오고 나갔다"며 "그렇지만 쾌감은 잠시뿐이었고, 한 번만 따고 그만두겠다는 다짐은 매번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나 선후배에게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십만 원을 빌려주면 이자가 붙어 다시 도박자금이 손에 들어왔다. 박군만의 일이 아니다. 박군이 다니는 중학교 한 반 28명 중 절반은 인터넷 도박에 빠져 있다고 했다.

    #"도박에 빠진 순간 친구들과 밥 먹고 게임하고 노는 일상은 너무나 시시하게 느껴졌어요." 또 다른 도박중독 청소년 최승준 군(17·가명)은 도박이 주는 쾌감에 대해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문신을 한 일진 '친구'에게 빚을 지면서 도박을 했다.

    박군과 최군이 도박을 시작한 계기는 친구의 권유였다. 재밌으니 한번 해보라는 꼬임에 넘어간 그 순간을 둘 다 후회하고 있었으나 짜릿한 쾌감을 잊기는 쉽지 않았다. 고심하던 둘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있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입소를 선택했다.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사이버 도박중독 위험군)에게 맞춤형 치유 서비스를 상시 제공하는 치유 기관이다. 2015년 개소 이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왔고, 올해부터는 사이버 도박 치유캠프를 2회째 운영하고 있다.

    입소하는 순간 인터넷 도박의 도구인 스마트폰은 반납해야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탈출하는 입소자도 꽤 된다. 실제로 가장 최근 교육과정 초기 입소자 17명 중 5명이 초반에 중도 퇴소했다. 기자가 찾은 지난 15일에도 소화기를 난사하며 분풀이를 하던 한 입소자가 경찰차에 실려 시설 밖으로 나갔다.
     

    이곳에서 8년째 근무하는 하진미 청소년 상담사는 "여기서 보내는 12일이 짧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중독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끈기가 부족한 청소년이 인내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드림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박의 개념이나 위험성을 전문가에게 교육받고, 농구나 탁구 같은 놀이를 함께하며, 음악 치유 프로그램도 체험한다. 숙소에서는 4인 1조로 공동생활을 한다. 여기에는 대학생 혹은 대학을 졸업한 멘티가 곁을 지킨다.

    박군과 최군이 드림마을 교육을 수료한다 해도 도박을 완전히 끊을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최군은 "솔직히 거짓말은 못하겠다"며 "도박은 평생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박군은 "또다시 누군가 도박을 하자고 꼬신다면 최대한 잘 둘러댈 생각"이라고 했다.

    마약만큼이나 위험한 청소년 도박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중독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는 청소년은 2018년 65명, 2019년 93명, 2020년 98명, 2021년 127명, 2022년 114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8월에 이미 110명을 넘어섰다.
     

    경찰청이 9월 2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검거한 353명(구속 8명)에는 청소년 39명이 포함됐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유인되는 경로는 친구·지인이 알려준 경우(67.6%)가 대부분이었고 온라인상 도박 광고(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 등도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숫자는 이보다 많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버 도박 위험군은 2만8838명이었다. 이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개발한 측정 도구 등을 활용해 중학교 1학년생과 고등학교 1학년생 등을 대상으로 4월 3~28일 조사한 결과다.

    여학생(8439명)보다 남학생(2만399명)이 2배가량 더 위험했다. 사이버 도박 문제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위험을 겪는 학생들도 1만2843명으로 절반 가까이 됐다.

    청소년 사이에 도박이 만연한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선진국의 양면이다. 한국의 우수한 초고속 인터넷망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맞물려 청소년 인터넷 중독을 키웠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이나 도박 등 모든 중독에서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디지털 접근성이 좋은 연령대이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도박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캠프가 운영되는 사실은 반갑지만, 외부 정신 의료기관 등과 연계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며 "청소년 도박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국가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주 권오균 기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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