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27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을 치료·관리할 인력과 시설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사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 더해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이곳에 근무하는 전문의까지 줄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216명의 의사가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됐다.
경찰은 원래 의사(의사‧한의사‧치과의사‧수의사)와 의료보건업(보건직 공무원, 간호사 등) 종사자를 ‘의료인’ 범주로 묶어 마약사범 직업별 구분 통계를 냈다. 여기서 의사를 따로 떼서 집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의사 마약사범 수가 최근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 186명, 2021년 212명, 2022명 186명의 ‘의료인 마약사범’이 경찰에 잡혔다. 그런데 올해는 의료보건업 종사자를 빼고 의사 마약사범만 집계했는데도 이전보다 숫자가 늘었다.
정부로부터 마약 관련 행정 처분을 받는 의사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마약류 및 향정 등 사유로 행정 처분을 받은 의사 수는 68명이다. 이 중 19명은 의사 면허 취소, 49명은 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본인이 마약을 투약하거나 환자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등 행위를 저질렀다. 의사는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이 점을 악용하다 덜미를 잡힌다. 영화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부터 서울에 있는 여러 병원에서 수면마취 명분으로 프로포폴을 비롯한 여러 마약류 의약품을 매수·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아인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의사들이 자기 자신에게도 프로포폴을 처방, 투약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사 10여 명이 입건됐다.
의사가 본인 스스로에게 약물을 처방하는 행위를 소위 ‘셀프 처방’이라 한다. 의사가 셀프 처방을 하면서 약물을 비급여 처리하거나 본인 부담 처리하면 국가보험이 개입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보건복지부가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마약 사범이 되는 의사들은 이 점을 이용해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처방한 뒤 본인이 투약하거나 외부에 판매하는 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마약 관련 범죄 행위가 적발돼 의사 면허가 취소된 이후라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의사 자격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본인이 직접 마약을 투약했거나 의료와 무관한 목적으로 환자에게 마약을 투여한 의사 29명 중 8명이 재교부를 승인받아 의사직에 복귀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복지부는 최근 의사 면허 재교부 요건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2018년 26곳에서 올해 24곳으로 줄어들어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현 상황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또한 같은 기간 173명에서 114명으로 감소했다. 최정석 기자 standard@chosunbiz.com *출처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