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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회복, 중독없는 경상남도
아이스·캔디·개살구·생눈깔·농구공… 전혀 관련성 없어 보이는 이들 용어는 놀랍게도 SNS에서 사용되는 마약의 은어다. 마약을 판매하는 곳을 개판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머핀(헤로인)·송아지(코카인)·향신료(대마초)·복숭아(엑스터시) 등 마약 종류별 은어도 따로 있을 정도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일어난 경찰관 추락 사망 사건이 '집단 마약' 혐의로 수사가 확대됐다. 또 배우 유아인은 마약을 7종 이상 상습 투여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마약을 불법 투여하는 '마약류 사범'의 확산세가 심상찮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국내 마약류 범죄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비율'이 28.57배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마약 범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 왕국'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약류란,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의 통칭으로 '마약류 관리에 의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성분이 이에 해당한다. △대마 △코카인 △헤로인 △필로폰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MDMA(메틸렌디옥시메스암페타민, 일명 '엑스터시') 등이 있다. 이런 물질은 신경계에서 일시적으로 쾌감·흥분을 유발하거나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마약의 이런 효과는 '잠깐뿐'이다. 장기적으로 상습 투여하면 중독·의존성을 일으키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몸이 마약에 중독되는 기전은 뭘까?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여하는 습관은 의학에서 '약물 남용'에 해당한다. 이런 약물 남용을 이끄는 상황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첫째, 호기심에 따른 실험적 사용 단계다. "그거 하면 좋아?", "너도 해볼래?"라는 식의 대화가 오가면서 마약에 손을 댄다. 둘째, 상황적 사용 단계다. 클럽 같은 특정 장소에 갔을 때 구성원들 사이에서 마약을 일삼을 때 그 무리의 분위기에 이끌려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다. 셋째, 유희적 사용 단계다. 취미 삼아, 정기적으로 사용하며 약물 자체에 집중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웅구 교수는 "이런 단계까지 진행하면 약물을 도저히 끊기 어려운 단계로 진입한다"고 말했다. 그 단계가 바로 넷째, 의존적 사용 단계다. 마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강박적 실망감을 느끼고 금단 증상도 나타나는 시기다. 이땐 자신의 의지로 마약을 끊을 수 없다.
소프트 드럭인 대마초, 손 대면 하드 드럭에도 '기웃'
마약은 중독성이 강한 '하드 드럭'과 중독성이 비교적 약한 '소프트 드럭'으로 나뉜다. 필로폰·헤로인은 하드 드럭에, 대마초는 소프트 드럭에 해당한다. 미국·태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근거는 '소프트 드럭은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반면 헤로인 같은 하드 드럭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합법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소프트 드럭은 의학적으로 안전할까? 강웅구 교수는 "대마초 흡연 후 운전하면 술을 마시고 운전할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소프트 드럭에 한 번 빠지면 헤로인 같은 하드 드럭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 교수는 "하드 드럭은 단 한 번만 주사로 맞아도 바로 중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에서의 마약류 범죄가 급증했다는 현실이다. 2013년 10~20대의 마약류 범죄 비중이 전체 마약류 범죄 비중의 10.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4.2%로 9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마약에 일찍 손을 댈수록 더 오랜 기간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 교수는 "청소년기에 대마초를 흡연하면 성년이 된 후 환청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은 마약이 주는 효과에 대해 몸에서 강력한 학습이 일어난 상태다. '마녀들이 하늘을 날 때 사용한다'는 전설이 있는 벨라돈나는 극소량만 투여해도 하늘을 나는 듯한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마약 중독은 뇌의 도파민성 회로인 '중뇌 피질 변연계'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계를 활성화한다. 도파민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로 사고력과 쾌감에 주로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마약은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해 순간적인 쾌감을 맛보게 한다. 도파민이 순간 급증하면 쾌감을 느끼지만, 과도하게 많아지면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청 등 조현병 같은 증상을 야기한다. 또 마약은 도파민을 파괴해 도파민 결핍을 유도한다.
도파민 활성도가 높아진 마약 중독자는 보상(마약)을 찾아다니고 획득하려는 '욕망기'를 거쳐 실제로 마약을 찾아내 소비하는 '완료기'를 거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완료기를 경험한 사람은 또다시 보상을 찾아다니는 욕망기로 이행한다"며 "마약으로 인해 도파민이 활성화하면서 욕망기와 완료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점차 벗어나기 힘들어진다"고 언급했다.
히틀러처럼 우울감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마약에 더 쉽게 손을 대는 경향이 있고, 이들이 마약에 빠지면 또 다른 마약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우울한 사람이 필로폰에 중독되면 코카인을 찾아 중독될 위험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마약을 '단기간' 투여하면 뇌 구조 이상은 없지만, 마약 종류에 따라 호흡이 억제되거나(아편계) 살이 찌는(대마초) 등 증상이 나타난다. 마약을 끊지 못해 장기간 투여하면 뇌가 치매 환자처럼 쪼그라드는 등 구조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1회 투여자보다 다회 투여자의 마약 중독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 뇌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마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다. 손대지 말아야 하지만, 한 번 손댔다면 더는 손대지 말고 빠르게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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