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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회복, 중독없는 경상남도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사이버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이 지난 1년간 사이버 도박을 한 청소년 4700명을 검거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억대에 달하는 도박자금을 탕진한 16세 학생부터 밤낮 가릴 것 없이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 중독 청소년까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불법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점이 예방교육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정부 차원의 조속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인증도 간단한 온라인 도박... 인당 78만원 탕진한 청소년들
10일 경찰청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으로 검거한 19세 미만 청소년이 총 4715명이라고 발표했다. 직전 단속기간(2022년 9월∼2023년 9월)에 검거된 청소년이 162명이었으니, 1년새 사이버 도박 청소년이 28배 폭증한 것이다.
동기간 전 연령대 검거자 수가 9971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중 47.2%, 즉 절반이 청소년인 셈이다. 특히 16~18세 검거자가 총 3903명으로 청소년 중 83.0%를 차지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이버 도박에 접근하는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청소년이 가장 많이 접한 도박 유형은 카지노(3893명)로 전체 중 82.6%에 달했으며, 이중 카드의 숫자 합계로 승부를 가리는 바카라(3227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바카라 도박에 16세 남학생이 1억 9000만원을 걸었던 사례가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번 특별단속에서 검거된 청소년이 도박에 지출한 금액은 총 37억 원으로, 1인당 평균 78만 원을 탕진했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독특한 점은 성비다. 남학생(4595명)이 여학생(120명)보다 38배 이상 많았는데,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집단성’을 들어 설명했다. 남학생들의 경우 또래집단 내 친근감을 형성하고 놀이를 함께 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는데 사이버 도박이 그 매개체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4시간 접속한다”... SNS 도박 광고에 노출된 아이들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접속해도 곳곳에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광고 배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도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별도 인증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적지 않다. 회원이 되면 오프라인 카지노의 칩처럼 온라인상에서는 포인트로 환전해 불법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충북경찰청이 최근 불법도박을 수사하면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에 170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사이버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2억 원이 넘는 포인트를 환전했으며 인당 적게는 15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도박에 사용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청소년의 도박 사이트 접속시간은 밤낮 할 것 없이 24시간에 가까웠다. 등교시간이든 일과시간이든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도박 사이트에 유인된 경로에는 친구의 권유와 SNS 불법광고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청소년의 놀이장소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사이버 도박이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를 통해 도박 사이트에 노출되고 이를 또래친구와 공유하면서 확산되는 구조적 문제는 청소년 불법도박이 근절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도박중독 상담 받은 청소년 연간 2천명 넘어
지난달 조계원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통해 도박중독 치유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은 2021년 1242명→2022년 1460명→2023년 2093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8월 집계된 수가 2665명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불법도박 사이트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여타 게임처럼 거부감 없이 접속하게 만드는 사이버 도박은 초등학생의 경우 스포츠나 레이싱처럼 쉬운 게임 형태로 접근했다가 이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카지노로 넘어간다.
전문가들은 사이트의 원천적인 차단과 교내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불법도박 사이트를 적발 및 심의해도 완전 차단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93.6일로, IP를 수시로 바꾸는 불법 사이트 특성상 실효성은 거의 없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2022년부터 초·중·고를 대상으로 도박중독 예방교육이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도박은 되레 증가했다. 결국 경찰청까지 나서 사이버범죄예방 강사진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가정, 사회, 정부가 모두 동참하지 않는 이상 청소년 도박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환 기
* 출처 : 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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