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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賭博·Gambling)은 돈이나 재산, 이익 등을 걸어놓고 참여자 사이에 이기고 지는 것을 다투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여러 역사 기록에는 박희(博戱)라는 형태도 있었으며, 근현대에 들어오면서는 돈내기, 노름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러한 도박의 사회적 폐해는 인류 역사에 무수히 기록으로 남아 있다.
관련 학자들에 따르면 도박은 그냥 탄생한 게 아니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나 문제 등을 예측하는 일종의 주술적 놀이가 변질돼 도박이 됐다는 견해가 다수다.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출토된 기원전 1,000년 무렵의 주사위는 원래 주술과 운명을 맞출 목적으로 탄생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도박의 도구로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불법도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행산업을 제외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유형의 오락 차원의 도박이나 법률로 처벌을 받는 불법도박이 널리 퍼져 있다. 명절에 많이 사용되는 윷놀이나 화투가 불법도박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며, 최근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불법도박도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도박은 사회의 건전성과 윤리성을 좀먹는 사회악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지는 사례가 당연히 많으며, 심할 경우에는 불법도박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살인과 같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이와 같은 불법도박을 근절할 목적으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약보다도 더 통제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법도박이 우리 사회의 미래세대인 청소년과 아동에게도 널리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불법도박을 하는 주 연령대를 성인의 나이로 보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불법도박과 관련한 문제로 적발되거나 검거되는 청소년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도박혐의 소년범이 전년(2022년) 대비 무려 2.3배나 늘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도박혐의 소년범이 2023년도에 171명이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남자 청소년이 전체의 92.4%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적인 연령도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2019년에는 평균 만 17.3세, 2020년에는 만 17.1세였던 것이, 가장 최근인 2022년도에는 16.1세로 나타났다. 소년 도박사범의 연소화와 숫자의 급증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불법 도박에 청소년들이 쉽게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라고 판단된다.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전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도박중독이나 온라인 도박예방 등에 대한 교육을 정규 교육시간으로 편성해야 한다. 온라인 도박으로 적발된 청소년에 대한 집중적인 상담치료프로그램의 운영도 필요하다. 불법도박을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한편, 기성세대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미래 건전성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사고를 기반으로 하며, 불법도박에 물드는 청소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염건령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탐정학
*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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