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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눈 뒤집힌 펜타닐 중독자들 좀비처럼 활개”…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작성일 : 2024-04-17 00:00:00 조회 : 275
  • 일시 2024.04.17
  • 대상 경남도민
  • 내용

    미국은 현재 역사상 최악의 마약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2년 약 11만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펜타닐이라는 매우 강력한 물질 때문이었다.

    펜타닐은 헤로인이나 모르핀과 마찬가지로 아편과 유사한 ‘마약성 진통제(Opioid)’지만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나 더 강력하다. 펜타닐은 헤로인, 모르핀에 비해 훨씬 값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수백만 명분의 펜타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단돈 1000달러다. 그 결과 마약 밀매업자들과 거래상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펜타닐은 ‘펜타닐’이라는 상호로 길거리에서 거래되는 것 외에도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코카인이나 다른 알약 등을 포함해 더 저렴한 대체제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마약들과 마찬가지로 펜타닐 또한 흰색 가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펜타닐을 복용했는지도 모른 채 펜타닐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미국 도시 엉망진창 만든 좀비 마약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는 펜타닐 중독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애플, 구글 등 테크 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은 샌프란시스코 만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펜타닐이 급격하게 퍼져나가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몇 년 동안 과거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시내 대부분으로 퍼져나간 길거리 마약 시장은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다. 이 지역에선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알루미늄 포일 조각을 활용해 펜타닐을 흡입하거나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마약상들은 공개적으로 버젓이 마약을 판매하고 경찰들은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많은 관광객은 겁에 질려버렸고, 수많은 기업이 시내 밖으로 사업장을 옮기고 있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서부 해안에 위치한 크고 중요한 많은 도시가 사실상 마약에 잠식되고 말았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디에이고, 포틀랜드를 비롯한 도시들은 모두 지난 몇 년 동안 마약 사망자가 크게 급증했고, 공공구역은 (마약중독자들이 기거하는) 텐트촌으로 뒤덮이고 있다.

    처벌이냐 치료냐

    이 위기는 미국의 정치인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하는데, 마약 사용자와 마약상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마약 사용자가 범죄자처럼 취급돼선 안 되며 오히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람들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등에선 소량의 마약을 소지하는 것에 대해 매우 가혹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한 한국인이 한국 정부의 관대한 처분 요청에도 불구하고 5㎏의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된 뒤 처형되기도 했다.

    한편 스페인과 포르투갈 같은 유럽 국가들은 마약의 비범죄화를 선택하고 첨단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마약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점점 더 국제적인 마약 밀매업자들은 헤로인과 같은 식물 추출 마약보다 펜타닐과 같은 합성 마약을 선호하고 있다. 펜타닐이 한국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펜타닐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접근법이 가장 성공적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덮치는 것도 시간문제

    마약 단속에 관한 한 한국은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포르투갈과 같은 유럽 국가들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국제위해감축협회(Harm Reduction International·HRI)는 한국을 ‘상징적 적용 국가(Symbolic Application State)’로 간주하는데, 이는 “사법체계 내에 마약 범죄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않거나 개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국가”를 의미한다.

    이는 HRI가 미국에 부여한 것과 같은 지위다. 한국과 미국의 의약품 정책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이 실패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약 사망자 증가가 미국 전역의 마약 관련 법안이 느슨해지는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불명확한 것은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체 주(州)의 약 절반이 현재 오락용으로 합법화된 마리화나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더 많은 약물 과다 복용 사망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의사와 과학자들은 마리화나가 상당히 ‘유순하다(benign)’고 보고 있다. 매년 미국인 가운데 8000~1만명가량의 사망 원인이 되는 알코올과 달리 마리화나는 그 자체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한 적이 없다.

    美 강경 대응 위해 검사 주민소환도

    미국에서 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일부 지역에서 보다 강력한 마약을 비(非)범죄화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20년 서부 오리건주에 사는 주민들이 펜타닐을 포함한 소량의 마약을 소지하는 것을 비범죄화하는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 진보적인 주의 유권자들은 중독된 마약 사용자들이 감옥에 가는 대신 치료를 받는 것을 돕고 싶어 했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주의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에서는 노숙자 수용소와 마약상들이 처벌 없이 운영되면서 노천 마약 시장이 시내를 지배하게 됐다. 동시에 과다 복용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그 결과 3월 오리건주 의회는 법을 철회하고 펜타닐과 같은 마약을 재범죄화하는 투표에 나섰다.

    2022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마약에 너무 유약하게 대처한다고 알려졌던 지방검사 체서 부딘을 주민소환하는 투표에 나섰다. 시 당국은 (마약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맹세했고 마약 범죄 관련 체포는 증가했다. 동시에 미국 연방정부는 마약, 특히 펜타닐이 국경을 넘어 미국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원료 공급처는 중국 화학공장

    미국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불법 펜타닐은 중국 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지며, 그곳에서 원료(전구체)가 합성된 뒤 멕시코 카르텔로 전달된다. 멕시코에서 완성된 펜타닐은 포장 처리 후 북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운반된다.

    나는 펜타닐 책을 쓰면서 펜타닐 전구체를 만드는 중국 최대 기업인 ‘위안청’에서 잠입 취재를 했다. 우한시에 본사가 있는 위안청은 65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나는 마약상 행세를 하면서 펜타닐 전구체 온라인 광고에 답을 했고, 자신의 이름을 션이라고 밝힌 위안청 판매원과 연락이 닿았다. 2018년 초 우한에 도착해 션과 션의 동료 에이미를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복도 뒤편으로 안내했고, 회사 사무실로 이끌었다.

    위안청에 판매하는 모든 것은 중국에선 합법적이라고 에이미는 말했다. 펜타닐 성분과 같은 화학물질 중 일부는 미국과 같은 서구 국가에선 불법이며, 이 회사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위안청의 판매사원들은 바나나 과자나 개 사료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방을 포함해 민감한 제품을 보낼 때 사용하는 가짜 포장을 보여줬다.

    위안청은 수출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펜타닐 사용이 중국에선 흔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국민이 헤로인, 필로폰, 케타민 등 마약에 중독돼 있지만 펜타닐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량의 마약을 소지해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나라에서 중국은 수출을 위해 위험한 마약을 규제하는 일을 매우 잘하지 못했고, 그 덕분에 위안청의 사업은 번창했다.

    물론 펜타닐은 남용되지 않을 때 중요한 의약품 중 하나다. 하지만 위안청은 병원이나 제약사에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들은 누구의 주문도 다 받는다. 비트코인, 웨스턴유니언, 직통 은행 송금을 수락하고 페덱스, UPS와 같은 회사를 통해 배송하며 세관을 통한 100% 통관 보장을 약속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의 법을 무시했다.

    한국 확산 전 위험성 사전 교육해야

    마약 검사 기업인 벙크 폴리스의 설립자인 애덤 액터는 “만약 우리가 마약이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확실히 마약이 한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펜타닐과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라는 게 내 결론이다. 첫 번째는 펜타닐의 위험에 대해 시민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독된 사용자가 중독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펜타닐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낮은 한국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 공중보건 프로그램 및 지역사회 기반 단체는 국민들에게 펜타닐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약이 한국에서 재앙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또한 나는 미국과 한국 모두 마약, 특히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사람들을 돕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마약성 진통제 중독률을 극적으로 낮춘 포르투갈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접근 방식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수치심을 줄이는(reducing shame) 것이다. 마약 중독은 아시아의 많은 지역처럼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유럽처럼 질병으로 다뤄야 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치명적인 펜타닐이 한국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그 결과로 고통받았던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이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되기 전에 통제할 시간이 아직 있다. 시기 적절한 조치가 나중에 큰 노력을 절약한다. 지금 약간의 노력이 후에 엄청난 고통을 구할 것이다.

    이지용 기자 



    *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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