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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늘어나는 젊은 여성들의 알코올 중독, '술방' 때문"

작성일 : 2024-03-03 00:00:00 조회 : 378
  • 일시 2024.03.03
  • 대상 경남도민
  • 내용

    보통 알코올 중독이라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최근 MZ세대 특히 여성의 알코올 중독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21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2024 중독사회 1부-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 편이 방송됐다. 해당 회차 연출자인 기아영 PD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MZ 세대 여성들의 알코올 중독 문제에 대해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월 29일 서울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기아영 PD를 만났다.


    다음은 기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항상 방송을 끝내면 PD들은 두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은데 저는 일단 방송일에 맞춰 그것만 보고 달려오다가 막상 끝나면 툭 떨어지는 기분이에요. 때문에 공허함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음 방송까지 한참 남았으니까 마음이 가볍기도 하죠."

    - 알코올 중독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제 지난 방송이 11월 말에 끝나고 12월은 '술 시즌'이잖아요. 그래서 각종 모임들이 이어졌고 제가 그 과정에 술을 자주 많이 먹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각한 게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저처럼 지금 한창 일해야 될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술을 많이 먹고 있다는 건데, 왜 이거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 PD님은 취재하기 전 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성격이 조금 내향적인 편이에요. 때문에 술 마시면 사회성이 높아지고 사람들하고 말하는 것도 편해지고 재미있게 그 자리를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실 이것도 알코올 문제의 첫 단계인데, 보통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분들이 맨 처음에는 술로 인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술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20대부터 살아왔어요."

    - 처음 취재는 뭐부터 시작하셨나요?
    "아무래도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편견이 많잖아요. 그래서 케이스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획이 어느 정도 서면 섭외를 시작해요. 주제와 관련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저희 프로그램 제보 창 통해서도 제보 받고,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정말 뿌릴 수 있는 데까지 뿌려놓거든요. 그렇게 밑 작업한 후에는 제보하신 분들을 주로 만나러 다녔어요."

    - 전문 영역이라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게 의학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알코올 관련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들 많이 뵈러 다녔어요. 임상적으로 진료만 하시는 분들만이 아니라 이걸 인구통계학 쪽으로 연구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보건 사회학 쪽으로 연구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분들 뵈면서 많이 공부했고요. 또 이번에 같이한 후배가 있어요. 저는 기획 초반에 저를 포함해 젊고 일상생활도 잘하는 알코올 중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후배는 자료조사 하면서 (저희 방송에서 나왔던 개념인데) 고기능성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프로그램 방향을 초반부터 잘 잡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현재 젊은 여성의 알코올 중독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저희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위험 음주라고 해서 주량이나 빈도의 측면에서 술을 많이 드시는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20대 여성의 폭음률 같은 경우 남성과 여성이 거의 크로스 되는 지점에 다가왔고 30대 같은 경우 알코올로 인한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어요.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수치라고 전문가분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시더라고요."

    - 이유가 뭘까요?
    "저희 방송에서도 다뤘지만, 젊은 여성들을 향한 주류 업계의 마케팅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지난 몇 년간 이루어졌다고 보여요. 그중의 하나가 도수 낮은 소주를 내세우면서 여자들도 쉽게 소주에 접근하기 쉬워진 측면이 있고요. 모델들 같은 경우에도 예전에는 남성 겨냥의 마케팅이었다면 지금은 여성들도 닮고 싶은 모델을 써요. 내가 저렇게 소주를 마시면 저런 여성들처럼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미지들을 심어주는 거죠. 또 전문가분들의 분석인데, 팬데믹 이후 혼술이 증가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여성의 경우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늘지 않았나 해요."

    - 프롤로그와 엔딩을 PD님 이야기로 했잖아요. 
    "사실 저도 방송에 저를 내보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직접 방송에) 나갔던 이유는 처음에 기획 단계에서 제가 스스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음주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례자 중 한 명으로 나온 거죠."

    "'72시간 룰'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시청자의 궁금증 중 하나가 PD님이 술 끊었는지 일 것 같아요(웃음).
    "이건 제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진단받았던 정신과 전문의 하종은 선생님께서 방송 끝난 후에도 상담차 전화를 주셨어요. 그러면서 '그래도 젊은 사람인데 너무 강력하게 절주를 권한 게 아닌가 한다'면서 '그래도 72시간 룰은 지켜라. 술을 한 번 마시면 72시간은 술 마시지 않는 시간을 가져라'라고 하셨어요. 72시간 룰은 되도록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회사에서도 저 술 끊은 거로 아는 분들이 많고 보는 눈이 많아져서 더 조심하게 될 것 같아요."

    - 알코올 중독의 사례자 중 가장 먼저 박수진(가명)씨가 소개되는데요. 
    "사실 저도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고 그런 점에서 여성인 수진씨 얘기로 넘어가는 측면도 있었고요. 제일 중요했던 건 수진씨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본인을 조용한 중독자라고 표현했는데 (이게) 이번 편의 주제와도 연결이 되거든요. 주변에서는 알지 못하지만 알코올 중독 단계에 빠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 박수진씨는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 건가요?
    "방송에서도 나오지만, 3개월 전에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당했고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들어져 결국 헤어지게 되면서 심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예요.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대부분의 생활을 집에서만 하고 계셨어요. 바깥 외출이라고는 강아지와의 산책이 거의 전부고 친구나 가족은 거의 안 만나요, 집에 계시면서 일어나자마자 술을 드시고 그다음에 어느 정도 취기가 사라지려고 하면 또 술을 드시는 거죠. 이게 한 3개월 정도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속도가 빨리 진행된 거죠."

    - 혼술 문화와 술방(술 마시는 방송) 콘텐츠도 알코올 중독에 영향이 있나요?
    "방송에 나온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을 진단할 때 세 가지 질문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로 낮에 마신 적이 있는지 두 번째로 몰래 마신 적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혼자 마신 적 있는지를 물어본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이 세 가지가 다 충족이 되면 거의 99%로 알코올 의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신다고 그랬어요. 

    혼술은 목적이 술에 취하기 위한 것밖에 없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혼술 자체가 그런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요. 저희가 만났던 알코올 중독자분들 대다수도 얘기하셨던 게, 결국 알코올 중독에 이르렀을 때는 혼술을 거치게 된다는 거예요. 술방 콘텐츠 같은 경우도 혼술의 영향과 떼려야 뗄 수 없거든요. 술방도 대부분 혼자 술 드시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건데요. 혼술 하시면서 적적하니까 함께 마시는 기분으로 술방 보신다고 하시더라고요."

    - 음주 폐해에 대한 예방 예산은 흡연보다 훨씬 적더라고요.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보면 음주가 훨씬 더 폐해 수준이 높다고 하는데 폐해 예방을 위한 정책 예산으로 보면 음주에 관련된 비용이 흡연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거든요. 이 부분을 전문가들도 지적하시더라고요. 문제제기가 많이 돼 왔는데 상광이 바뀐 게 없는 거죠."

    - 연출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정말 제 주변의 국한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방송이었는데 생각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고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던 분들이 많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주제에 관해서 얘기할 부분이 더 많지 않을까 해요." 


    이영광 시민기자


    *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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