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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및 마약류] 지옥이 된 도시

작성일 : 2023-08-21 00:00:00 조회 : 408
  • 일시 2023.04.25
  • 대상 경남도민
  • 내용

    유튜브에서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좀비처럼 흐느적대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를 봤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50배 이상 강력한 마약인데, 원래 말기 암 환자가 고통을 덜기 위해 쓰는 진통제라고 한다. 몇 해 전부터 미국 사회에 조용히 확산되더니 이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 버렸다. 펜타닐은 강력한 뇌 손상을 일으키고, 중추신경을 파괴한다. 이 마약에 중독되면 허리를 펴지 못하고 방향감각을 상실해 제자리를 맴돈다.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인 살풍경 너머로 익숙한 배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2019년 10월, 필라델피아에서 영화 ‘Rocky’의 흔적을 찾아 하루 종일 걸었다. 영화 속 록키의 비좁고 냄새나는 아파트, 트레이너 미키의 체육관, 거리의 아카펠라 싱어들이 노래를 부르던 모퉁이가 모두 켄싱턴에 있다. 그곳이 미국 동부 최대의 마약 시장인 줄도 모르고, 몰라서 용감한 건지 아니면 언뜻 험악해 보이는 거리의 인상에도 객기를 부린 건지 홍대 거리 걷듯 혼자 휘적휘적 걸어 다녔다.


    며칠 뒤 밴쿠버에 가선 현지 지인 부부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아, 숙소가 있는 웨스트엔드에서 약속 장소까지 한 시간 남짓 걸어가는 동안 이스트 헤이스팅 스트리트와 차이나타운을 관통했다. 걸어서 왔다고 하니 부부가 놀랐다. 밴쿠버에서 가장 위험한 우범지대를 지나왔다는 것이다. 하긴, 지나는 길에 경찰로부터 소지품을 검사 당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긴 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밴쿠버에서도 자칫 험한 일을 겪을 뻔했다. 지금 다시 걸어 다니라면 안할 것 같다. 겨우 4년이 지났는데, 나이 든 것이다. 미 동부 최대 마약시장과 살인, 강도, 총기 사고가 빈번한 밴쿠버 우범지대를 쏘다니며 위험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은 것은 강심장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이라는 데서 어떤 안정감 같은 걸 얻은 까닭일 테다. 아니면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람을 쉽게 낭만과 환상에 취하게 해 현실감각을 둔화시킨 탓인 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다 어리석다. 그저 운이 좋아 아무 일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좀비가 되어 버린 도시는 그냥 우범지대가 아니다. 우범지대나 치안부재 같은 말은 인간 이성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나 쓴다. 유튜브 영상 속에 펼쳐진 지옥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고장 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느릿느릿 경련하는 사람들 모습 아래 ‘참혹한 인간 추락의 거리’라는 자막이 섬뜩하다. 그 자신이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다 자살한 헤밍웨이의 문장을 생각하는 새벽이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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